여름만 되면 사람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존재가 모기다. 야외 활동 중에도, 실내에서도 모기는 끊임없이 사람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방충제(특히 DEET·픽카리딘·IR3535 등)를 뿌리면 모기가 가까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방충제 냄새가 모기를 쫓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냄새를 숨기거나 차단하거나 감각 회로를 혼란시키는 방식이 더 본질적이다. 이 글에서는 방충제가 어떻게 모기의 감각 체계를 방해하는지, 어떤 화학 물질들이 어떤 후각 수용체를 차단하는지, 그리고 최신 연구에서 밝혀진 모기-인체 상호작용의 과학을 다룬다.

모기는 왜 사람을 찾을까: CO₂·젖산·피부균·열감의 감각 과학
방충제를 이해하려면 먼저 모기가 어떻게 사람을 찾는지를 알아야 한다. 모기가 사람을 찾는 과정은 단순 시각이 아니라 후각·화학감각·열감각·습도감각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고도의 감지 시스템이다.
1. 모기는 CO₂ 추적자로 진화했다
모기는 인간이 숨을 내쉴 때 방출하는 이산화탄소(CO₂)를 약 10~50m 거리에서 감지할 수 있다. 모기의 더듬이에 있는 Gr 수용체(Gustatory receptor) 중 Gr3는 CO₂ 감지를 담당하며, 이 신호가 입력되면 모기는 목표 방향으로 비행을 시작한다.
이 단계는 모기가 사람을 찾는 장거리 탐색 단계(long-range detection)이다.
2. 가까워지면 젖산과 케톤류를嗅는다
사람 피부에는 젖산(lactic acid), 암모니아, 피루브산, 카르복실산, 알데하이드류 등이 분비되며, 이 물질들은 피부 미생물과 상호작용해 특정 냄새를 만든다.
모기는 이 냄새를 감지하기 위해 더듬이의 OR(olfactory receptor) 수용체를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 OR2 → 젖산 인식
● OR49 → 케톤 인식
● OR4 → 미생물 분해 냄새 인식
이들은 사람 피부에서 발생하는 냄새를 통해 모기가 가까이 접근하도록 유도한다.
3. 최종 접근은 열·습도 감지
마지막 접근 단계에서는 IR 수용체(Ionotropic receptors)가 체온 및 피부 표면의 수분을 감지한다.
● 인간 피부 온도: 약 33~36℃
● 모기 선호 온도 범위: 약 28~35℃
즉 모기는 사람의 숨(=CO₂), 피부 냄새, 열, 습도라는 4가지 감각 신호를 결합해 정확한 위치에 착지한다.
방충제는 냄새가 아니라 ‘인간을 숨기는 기술’이다: DEET·픽카리딘·IR3535의 작동 메커니즘
많은 사람들이 방충제가 “모기가 싫어하는 냄새를 내서 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후각 수용체 차단 메커니즘이 더 정확한 설명이다.
대표 성분 3가지와 작용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DEET(N, N-diethyl-m-toluamide)
DEET는 1946년 미 육군에서 개발한 가장 오래된 모기 기피제 성분이다. DEET의 주요 효과는 다음과 같다:
✔ OR(후각 수용체) 신호 교란
모기가 인간의 냄새를 정상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 CO₂ 감지 경로 방해
CO₂에 반응하는 Gr3 수용체의 신호 처리를 혼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 접촉 거부
모기는 피부나 옷감에 DEET가 묻어 있는 것을 기계적 자극으로 감지해 착지를 회피한다.
과거에는 “냄새로 쫓는다”는 설명이 많았지만 2008년 네이처(Nature) 논문에서 밝혀진 내용 이후 DEET는 감각 신호 혼란제(disruptor)로 분류된다.
2. 픽카리딘(Picaridin, Icaridin)
2000년대에 개발된 성분으로 특성은:
● 냄새 적고
● 피부 자극 적으며
● DEET와 유사한 기피 효율
메커니즘은 DEET와 비슷한 OR 신호 억제 중심이지만, 픽카리딘은 곤충의 케미컬 수용체(Chemosensory receptor)에 더 넓게 작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3. IR3535(Ethyl butylacetylaminopropionate)
이 성분은 안전성 때문에 유럽에서 많이 사용되며 기피제 + 접촉 거부의 중간 형태다. 수용체 억제 범위는 좁지만 피부 친화성이 높아 어린이 제품에 자주 사용된다.
4. 공통되는 핵심 개념: 후각 수용체 차단
정리하면 방충제는
✔ 인간 냄새(젖산·케톤·아민류)를 숨기고
✔ CO₂ 추적 경로를 교란시키며
✔ 착지 시도 자체를 차단
하는 방식이다.
즉 방충제는 모기를 쫓는 스프레이가 아니라 인간을 안 보이게 만드는 스프레이에 더 가깝다.
최신 연구가 보여주는 미래형 기피 기술: 유전체·수용체·미생물 조작
최근에는 단순 DEET 기반 기피제를 넘어서 모기 인식 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키는 연구가 활발하다.
1. 유전자 수준의 수용체 차단
2020년 이후 CRISPR 기반 연구에서 다음이 확인되었다:
● GR3 유전자 변형 → CO₂ 감지 상실
● ORCO 제거 → 냄새 추적 불능
● IR 수용체 변형 → 체온 탐지 불능
이는 특정 수용체가 인간 탐지에 얼마나 중요한지 입증한 결과다.
2. 피부 미생물 조성 조작
사람의 체취는 피부 미생물이 만든다. 일부 연구에서는
✔ 특정 미생물을 제거하면 모기 선호도가 감소하고
✔ 특정 미생물을 증가시키면 모기 선호도가 증가
한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이를 이용하면 “미생물 제어 기반 기피제” 개발도 가능해진다.
3. 적외선(열신호) 회피 기술
열신호는 IR 수용체 기반이기 때문에 다음 기술이 연구 중이다:
적외선 반사 섬유
피부 온도 변환 하이드로겔
냉각 피부 코팅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군사용 기술에서 관심이 높다.